작년 중간평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R&D 과제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평가위원이 딱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기여율 50%, 근거가 뭡니까?” 그 자리에서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사업화성공률 90%에 대해서도 “TRL 6인데 90%는 좀 높지 않나요?”라는 지적이 이어졌죠. BCR 산식에 숫자를 채우는 것까지는 했지만,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설명하는 준비는 부족했던 겁니다.
R&D ���제 경제성 평가를 안 하는 연구자는 없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이 BCR(편익비용비율) 산식에 숫자를 채우는 것까지는 하는데, “적용률 90%의 근거 문서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다면 그 경제성 평가는 감사나 중간평가에서 실효성을 의심받습니다. R&D 과제 경제성 평가의 공식 방법론이 무엇인지, 각 변수의 근거를 어디서 찾는지, 그리고 편익 산정기준 선택이 왜 중요한지를 정리합니다.
R&D 과제 경제성 평가의 공식 참조 문서, 대부분 열어본 적이 없다
연구자들이 경제성 평가를 할 때 참조해야 하는 공식 문서가 있습니다. 대부분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수행 세부지침」입니다. KISTEP 홈페이지에서 PDF로 받을 수 있고, 2024년 7월 개정판이 최신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편익 산정 공식, 할인율, 분석기간, 변수 정의가 모두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이 아닌 과제라도 이 지침의 방법론을 준용하면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죠.
상위 규정인 과기정통부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훈령 제260호, 2024.3.20.)도 있습니다. 조사 대상, 절차, 평가 항목을 규정하고 있어서 전체 프레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합니다.
가장 실전적인 방법은 자기 과제와 유사한 분야의 예타 보고서를 직접 찾아보는 겁니다. 에너지 분야라면 「폐자원 에너지화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2012)」 같은 보고서에서 실제로 기여율, 사업화성공률을 몇 %로 적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전, 한수원, 에기평 같은 기관 내부에 자체 경제성 평가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그게 1순위입니다. 내부 규정을 따랐다는 것 자체가 감사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 근거이죠.

▲ KISTEP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수행 세부지침. R&D 과제 경제성 평가의 표준 참조 문서입니다.
KISTEP 편익 산정 공식, 변수별로 뜯어보기
KISTEP 세부지침에서 R&D 사업의 경제적 편익을 산정하는 핵심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편익 = 미래시장규모 x 세계시장점유율 x 사업기여율 x R&D기여율 x 사업화성공률 x 부가가치율
이 공식의 각 변수가 무엇이고, 어디서 근거를 가져와야 하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변수 | 정의 | 근거 출처 | 감사 리스크 |
|---|---|---|---|
| 미래시장규모 | 기술 적용 시장의 미래 규모 | IEA, IRENA, 한국에너지공단 등 공인 보고서 | 과대 추정 시 신뢰도 하락 |
| 세계시장점유율 | 한국 기술의 예상 시장 비중 | 기존 점유율 데이터 또는 유사 기술 벤치마킹 | 과대 추정 시 1순위 지적 |
| 사업기여율 | 해당 R&D의 시장 형성 기여도 | 유사 사업 예타 보고서 준용 | 정량 근거 없으면 논란 필수 |
| R&D기여율 | TFP 증가 중 R&D 기여 비율 | KISTEP 권고값 35.4% | 권고값 적용 시 안전 |
| 사업화성공률 | 기술에서 실제 사업화 전환 확률 | TRL 수준, 유사 기술 실적 | 100% 설정 시 즉시 지적 |
| 부가가치율 | 매출 대비 부가가치 비율 |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통계청 | 객관적 데이터 있어 비교적 안전 |
표에서 보듯, R&D기여율은 KISTEP이 35.4%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거시경제 수준의 지표라 개별 과제에 직접 대입하는 맥락이 다를 수 있지만, “공식 권고값을 적용했다”는 것 자체가 감사 방어에서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반면 사업기여율과 적용률은 정량 근거를 내놓기가 가장 어렵고, 감사에서 가장 자주 걸리는 변수이죠.
R&D 과제 경제성 평가에서 흔히 하는 실수 5가지
경험상 경제성 평가에서 반복되는 실수가 있습니다.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기여율의 근거를 비워두는 것입니다. 가장 흔하고 가장 치명적입니다. “50%로 설정했다”라고만 쓰고 왜 50%인지를 안 쓰는 겁니다. 기여율은 정답이 없는 변수라서, 숫자보다 그 숫자를 선택한 논리와 참조 출처가 중요하죠.
둘째, 성공확률을 100%로 잡는 것입니다. 제안 단계에서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R&D 과제 경제성 평가에서 성공확률 100%는 비현실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개발과제라면 50~80%, 실증과제라면 70~90% 정도가 현실적인 범위입니다.
셋째, 적용률을 근거 없이 높게 잡는 것입니다. 90%를 쓰려면 “왜 90%인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합니다. 발전소 수, 적용 가능 호기 수, 설비 교체 주기 같은 구체적인 산업 데이터가 필요하죠.
넷째, 기술료 수익을 희망적으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기술이전 실적이 없으면 0으로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술료 수익을 넣고 싶다면 유사 기술의 실제 이전 실적, 시장 수요 조사 결과 등 구체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다섯째, 편익 산정기준을 고민하지 않는 것입니다. 같은 기술이라도 편익을 어떤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BCR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것이 다음 섹션의 핵심이죠.
편익 산정기준 선택이 BCR을 결정한다
R&D 과제 경제성 평가에서 가장 간과되지만 가장 영향력이 큰 부분입니다. 같은 기술, 같은 비용이라도 편익을 어떤 관점에서 잡느냐에 따라 BCR이 100%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150% 이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바이오매스 혼소 기술 개발 과제를 예로 들겠습니다.
접근법 A는 탄소배출권(KAU) 가격 절감으로 편익을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분에 KAU 시장가격을 곱해서 편익을 계산합니다. 문제는 KAU 가격의 변동성이 크고, “이 기술이 없어도 다른 방법으로 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그러다 보니 기여율이라는 주관적 변수가 필수적으로 들어갑니다.
접근법 B는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대체 비용으로 편익을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바이오매스 혼소로 REC가 발급되면, 발전사가 RPS 의무이행을 위해 외부에서 사야 했던 REC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혼소 기술이 없으면 REC가 발급되지 않는다”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성립하므로 기여율이라는 변수 자체가 불필요해집니다.
결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 동일한 보수적 조건(적용률 50%, 성공확률 50%)에서 접근법 A는 BCR 52%로 경제성 미달, 접근법 B는 BCR 146%로 경제성 확보입니다.
BCR을 방어 가능하게 만드는 실무 전략
여기서 “높게”라는 건 숫자를 부풀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기술의 가치를 가장 정확하고 방어 가능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고르라는 겁니다.
전략 1 — 인과관계가 명확한 편익 기준을 선택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술과 편익 사이에 중간 변수가 적을수록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비용저감 편익, 대체비용 편익 등 직접적 절감 효과를 잡을 수 있다면 그 쪽이 유리하죠.
전략 2 — 보수적 가정 + 민감도 분석을 세트로 제시합니다. BCR을 높이려고 낙관적 가정을 쓰면 감사에서 걸립니다. 오히려 보수적 가정으로 BCR이 100%를 넘긴다는 걸 보여주고,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이만큼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민감도 분석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전략 3 — 모든 변수에 출처를 명시합니다. 기여율은 KISTEP 권고값 또는 유사 예타 보고서, 시장 규모는 공인 시장조사 보고서, REC 단가는 전력거래소 공개 데이터, 부가가치율은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참조합니다. 변수마다 출처가 붙어 있으면 “근거 불명확”이라는 지적 자체가 나올 수 없습니다.
전략 4 — 다중 시나리오로 제시합니다. 시나리오 A(보수적), B(기본), C(낙관적)로 나눠서 제시하면 평가자 입장에서 “연구자가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도 BCR이 100%를 넘는다면 경제성 평가의 신뢰도는 크게 올라가죠.
전략 5 — 유사 과제의 예타 보고서를 벤치마킹합니다. KISTEP 홈페이지에서 자기 분야와 유사한 예타 보고서를 찾아보면, 실제로 기여율을 몇 %로 적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사업 예타보고서(KISTEP, 20XX)에서 R&D기여율을 35.4%로 적용한 사례를 준용하였다”라고 쓸 수 있으면 근거로서 강력합니다.
정부과제 제안서 제출기: 2026년 기후환경에너지부로 바뀐 후 처음 겪어보니
R&D 과제 경제성 평가, 제출 전 체크리스트
R&D 과제 경제성 평가는 BCR 숫자가 아니라 근거의 싸움입니다. 제출 전 아래 체크리스트를 한 번씩 확인하면 됩니다.
- 편익 산정기준 — 기술과 편익 사이의 인과관계가 직접적인 기준을 선택했는가
- 기여율 — KISTEP 권고값, 유사 예타 보고서, 또는 제도적 근거를 명시했는가
- 적용률 — 산업 데이터(설비 수, 교체 주기, 시장 규모)에 기반한 수치인가
- 성공확률 — 100%가 아닌, TRL과 유사 기술 실적에 기반한 현실적 수치인가
- 기술료 수익 — 실적 없이 추정한 기술료는 제외했는가
- 민감도 분석 — 핵심 변수(기여율, 시장가격, 적용률)를 +/-20~30% 변동시킨 결과를 제시했는가
- 출처 명시 — 모든 가정값에 공인 출처(보고서명, 발행기관, 발행연도)가 붙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