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26: 11차와 달라지는 6가지 핵심 변화

[이슈 요약]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2025년 11월 공식 착수됐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처음으로 수립을 주관하며,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2040년 석탄발전 전면 폐지라는 목표 아래 전원 구성이 크게 바뀔 전망입니다. 발전 현장에서는 물리적 설비 축소 속도와 계통 유연성 보상 체계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봅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본격 수립 중입니다. 전기본은 2년 주기로 수립되는 국가 전력 공급 법정 계획으로, 15년 치 발전 설비와 전원 구성을 미리 설계하는 문서입니다. 발전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계획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정책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운영하는 설비의 수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지금 어디쯤 왔나

12차 전기본은 2026년부터 2040년까지 적용되는 계획입니다. 2025년 11월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력정책심의회를 열고 공식 착수를 알렸습니다. 총괄위원장은 전력계통 전문가인 장길수 고려대 교수가 맡았습니다. 이번 12차는 기존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주관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구조적 차이입니다. 총괄위 산하에 계통혁신 소위가 새로 신설됐습니다. 확정 목표 시점은 2026년 말입니다.

주관 부처 변경은 단순한 행정 이관이 아닙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산업 전반과 통상을 동시에 관장하는 부처였기 때문에,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가 균형 추로 작용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탈탄소와 기후 목표 달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신설 부처입니다. 이 차이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라는 목표 설정 속도에서 이미 나타났습니다. 발전 현장에서는 정책 기조 전환 속도가 설비 교체 속도를 앞서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2년 주기 법정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11차 계획이 확정된 지 1년도 안 돼 12차 착수가 이루어진 것은 이례적입니다. 에너지 전환 속도가 계획 주기를 앞지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발전 설비 투자 결정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이 투입되는 장기 의사결정이므로, 계획의 잦은 변경은 민간 발전사와 전력 기기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높입니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계획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2차 전기본의 수요 전망 역시 이번 계획의 쟁점 중 하나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100GW 목표와 맞물린 수요 시나리오가 어떻게 설정되느냐가 전원 믹스 전체를 좌우합니다. 11차 전기본은 2038년 최대 전력 수요를 117.3GW로 전망했습니다. 12차에서는 이 수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며, 수요 전망이 올라갈수록 유연성 자원 확보 필요성도 함께 커집니다. 민간 발전사들이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려면, 수요 전망 수치와 전원 구성이 조기에 공개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11차 vs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무엇이 달라지나

항목 11차 전기본 (2025.2 확정) 12차 전기본 (수립 중) 현장 영향
수립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정책 기조 전환
재생에너지 목표 2035년 107.8GW 2030년 100GW (5년 앞당김) 보급 속도 4배 가속
석탄발전 폐지 2038년까지 61기 중 40기 폐지 2040년까지 61기 전체 폐지 설비 은퇴 가속화
신규 원전 대형 원전 2기 + SMR 4모듈 신규 건설 신규 대형 원전 재검토 (여론조사·토론회 후 결정) 무탄소 기저 전원 불확실성
계통 유연성 LNG 용량시장·무탄소 전원시장 도입 (제한적) 계통혁신 소위 신설, 유연성 확보 방안 검토 예정 보상 체계 설계 관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4년 안에 64GW를 추가해야 합니다. 연간 16GW씩입니다. 11차 전기본 기준 연평균 증가량(약 4GW)의 4배 속도입니다. 설비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계통이 수용 가능한지가 핵심입니다.

발전 현장이 걱정하는 것: 계통 유연성 자원의 공백

석탄발전소 폐지, LNG 역할 축소, 신규 원전 재검토. 탈탄소 방향 자체가 틀린 게 아닙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재생에너지가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속도와 기존 설비를 줄이는 속도가 맞아야 합니다. 태양광은 밤에 발전하지 않습니다. 풍력은 바람이 없으면 멈춥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는 계통 유연성 자원이 사라지면, 수요가 급변하는 순간 수급 불안이 발생합니다.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의 역할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이미 징조가 있습니다. 태양광이 꺼지는 저녁 시간대의 수요 급증이 새로운 문제가 됐습니다. 전남·전북 등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에서는 출력 제어가 반복됩니다. 만들어 놓은 전기를 버리는 상황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한 11차 전기본이 1년도 안 돼 대체 논의가 시작된 것은 정책 기조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줍니다.

계통 유연성의 핵심 지표는 램프율(Ramp Rate)입니다. 발전 출력이 분당 얼마나 빠르게 오르내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며, 단위는 MW/min입니다. 석탄화력의 램프율은 통상 5~10 MW/min, LNG 복합화력은 10~30 MW/min 수준입니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수백 MW가 수십 분 만에 증발할 수 있습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유연성 자원의 역할이며, 12차 전기본에서 이 역할을 맡을 자원이 무엇인지가 명확히 설계되어야 합니다.

현재 국내 유연성 자원 현황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보급은 확대되고 있지만, 2040년 석탄 전면 폐지 이후의 피크 대응을 커버하기에는 용량과 지속 시간 모두 부족합니다. 양수발전은 추가 건설이 계획되어 있으나 착공에서 준공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수소발전은 2030년대 중반에나 상업 규모 운전이 가능합니다. 지금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2040년 석탄 폐지 이후 유연성 자원의 공백이 현실이 됩니다.

전망: 12차 전기본의 성패는 유연성 보상 체계 설계에 달렸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계통혁신 소위가 신설된 것은 긍정적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는 유연성 자원에 대한 보상 체계 설계가 이번 전기본의 핵심 과제입니다. 2040년 석탄 전면 폐지 이후에도 전력 계통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ESS·수소발전·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에 대한 시장 메커니즘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2026년 말 확정될 12차 전기본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2030년대 한국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결정합니다.

영국의 용량시장(Capacity Market) 사례가 참고할 만합니다. 영국은 2014년부터 유연성 자원에 대해 발전량과 무관하게 ‘용량 유지 자체’에 보상을 지급하는 시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발전소가 피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국내에서도 11차 전기본에서 LNG 용량시장 개념이 도입됐으나 아직 설계가 불완전합니다. 12차 전기본에서 용량시장의 보상 단가, 참여 자격 기준, 가스터빈 외 유연성 자원의 포함 범위를 구체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장 엔지니어 코멘트

발전 현장에서 전기본 논의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 목표는 화려한데, 계통이 그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언제나 뒤처집니다. 태양광이 30GW가 됐을 때 봄·가을 출력 제어가 급증했습니다. 100GW가 되면 그 문제가 지금의 몇 배로 커집니다. 발전소를 끄는 결정만큼이나, 어떻게 계통을 유연하게 만들 것인지가 12차 전기본에서 구체적으로 담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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