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만든 전기는 다 같은 전기일까요? 같은 1kWh라도, 그 수소를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정부가 사주는 시장이 완전히 둘로 갈립니다. 이 구조를 모르면 “수소발전이면 다 친환경 아닌가” 하는 오해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그 두 갈래를 가르는 무대가 바로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입니다.
제 분야인 발전에서 일하다 보면, 새 제도가 생길 때마다 “이게 RPS랑 뭐가 다른데?”, “낙찰받으면 바로 돈을 버는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죠.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딱 그런 경우입니다. 이름은 들어봤는데 구조는 안갯속이거든요. 그래서 일반수소와 청정수소가 어떻게 나뉘는지, 낙찰사업자가 전력시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돈을 받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 일반수소: 개질·부생수소까지 허용, 계약 20년, 준비기간 24개월 — 분산전원 활성화용 한시 제도
· 청정수소: 인증(≤4kgCO₂eq/kgH₂) 연료만, 계약 15년, 준비기간 36개월 — 온실가스 감축용
· 2024년 청정수소 시장 개설 6,500GWh 중 낙찰은 단 750GWh(11.5%), 사업자 1곳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은 왜 따로 생겼나
원래 수소발전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즉 RPS(발전사가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 전기를 공급하도록 한 제도) 안에 묶여 있었죠. 그런데 연료전지나 수소터빈, 암모니아 혼소 같은 수소발전을 RPS에서 떼어내, 2023년에 별도의 수소발전 입찰시장(CHPS, 수소·수소화합물로 만든 전기를 경쟁입찰·장기계약으로 사고파는 시장)을 세계 최초로 열었습니다. 이게 시작입니다.
법적 근거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줄여서 수소법입니다. 제25조의6과 제25조의7이 구매·공급과 입찰시장 관리기관 지정을 정해두고 있죠. 운영은 전력거래소(KPX, 전기 도매시장을 운영·정산하는 기관)가 맡습니다. 입찰 공고를 내고, 낙찰자를 정하고, 계약을 관리하고, 전력시장에 연계하는 일까지 한 손에 쥐고 있는 셈입니다.
왜 굳이 RPS에서 떼어냈을까요. RPS는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까지 한 바구니에 담다 보니, 단가가 싼 자원이 물량을 다 가져가기 쉽습니다. 수소발전은 단가가 높아 그 경쟁에서 늘 밀렸죠. 발전 현장에서 보면, 비싸지만 정부가 키우고 싶은 자원은 별도 시장으로 보호해주는 게 정책의 정석이죠. 그래서 이 수소 전용 시장이라는 별도의 울타리가 생긴 겁니다. RPS와 CHPS의 차이가 헷갈린다면 RE100·RPS 차이와 CHPS 딜레마를 함께 보면 맥락이 잡힙니다.
선도시장이라 ‘지금’이 아니라 ‘나중’을 산다
이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선도시장(Forward Market)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당장 발전 중인 전기를 사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지을 발전기에서 나올 전기를 미리 장기계약으로 사두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낙찰을 받아도 발전기는 아직 없습니다. 준비기간 동안 짓고, 상업운전을 시작해야 비로소 전기가 나옵니다.
의무구매자는 한국전력공사입니다. 2025년 기준 한전이 100% 배분받아 수소발전량을 사들이고, 이걸 전기소비자에게 공급하죠. 여기에 RE100·CF100을 달성하려는 기업도 구매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거든요.
▲ RPS에서 분리된 수소발전 입찰시장 — 연료에 따라 일반수소·청정수소 두 시장으로 나뉩니다.
일반수소와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 무엇이 다른가
가장 많이 헷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수소발전이면 다 깨끗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죠. 아닙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쓰는 연료에 따라 두 개로 갈립니다. 일반수소 발전시장과, 인증받은 청정수소만 받아주는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입니다.
일반수소 시장이 받아주는 연료는 개질수소(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고온·고압으로 분해해 만든 수소)와 부생수소(석유화학·제철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 그리고 청정수소까지입니다. 문제는 개질수소입니다. 천연가스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CO₂가 나오죠. 흔히 그레이 수소라고 부릅니다. 같은 수소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청정수소와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수십 배 차이 나는 셈이죠.
| 구분 | 일반수소 발전시장 |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 |
|---|---|---|
| 허용 연료 | 개질·부생·청정수소 | 청정수소 인증(≤4kgCO₂eq/kgH₂) 연료만 |
| 주요 설비 | 수소연료전지(RPS 미등록) | 청정수소·암모니아 전소/혼소 발전기 |
| 계약기간 | 20년 | 15년 |
| 준비기간 | 24개월 | 36개월(최대 1년 유예 가능) |
| 혼소 기준 | 해당 없음 | 열량 기준 20% 이상 |
| 목적 | 분산형 전원 활성화 | 온실가스 감축·청정수소 산업 육성 |
일반수소 시장은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의 디딤돌이자 한시 제도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영원히 가는 제도가 아닙니다. 청정수소 연료와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초기 기간에, 개질·부생수소로라도 수소발전 생태계를 굴려보자는 한시적 장치죠. 정부도 고시에 “청정수소 인프라가 확대되면 일반수소 발전시장을 미개설하는 것을 고려한다”고 명시해 뒀거든요.
실제로 일반수소 발전시장의 다음 회차 고시는 지연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부 조율 중이며 곧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발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2040 탈석탄’과 청정수소 중심 전환이라는 큰 방향 때문에 일반수소 물량이 줄거나 제도가 바뀔 가능성도 업계에서 거론됩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전망이지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그러니 “일반수소 시장은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로 사업을 짜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의 입장권, 인증제부터 봐야 한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에 들어가려면 먼저 연료가 ‘청정수소’로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기준은 단순합니다. 수소 1kg을 만드는 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4kgCO₂eq 이하면 청정수소로 인정되죠. 산정 범위는 원료 채굴부터 수소 생산 단계까지, 이른바 Well-to-Gate 기준입니다.
근거 규정은 「청정수소 인증제도 운영에 관한 고시」(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제2024-39호)로, 2024년 3월 4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제도의 정확한 조문은 법제처 행정규칙 원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오해를 풀고 가죠. 청정수소를 그린수소(물을 전기로 분해한 수소)와 같은 말로 쓰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의 인증 기준은 ‘제법’이 아니라 ‘배출량’입니다. 배출량만 4kgCO₂eq 이하로 맞추면, 블루수소(개질에 탄소포집을 붙인 것)나 바이오수소도 청정수소로 인정됩니다. 그린수소만 청정수소인 게 아니거든요.
1등급 35점, 4등급 1점 — 등급이 낙찰을 가른다
청정수소는 배출량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뉩니다. 배출량이 적을수록 높은 등급이죠. 그리고 이 등급이 단순한 라벨이 아니라,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의 낙찰 평가에서 점수로 직결되거든요.
| 등급 | 배출량(kgCO₂eq/kgH₂) | 평가 점수 |
|---|---|---|
| 1등급 | 0 ~ 0.1 | 35점(최고) |
| 2등급 | 0.1 ~ 1 | — |
| 3등급 | 1 ~ 2 | — |
| 4등급 | 2 ~ 4 | 1점(최저) |
1등급과 4등급의 점수 차이가 35배입니다. 같은 청정수소라도 더 깨끗할수록 낙찰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이죠.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인증을 못 받은 개질·부생수소는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에 아예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인증이 곧 입장권인 셈입니다.
▲ 배출량 기준 4개 등급 — 1등급(35점)과 4등급(1점)의 평가점수 격차가 35배입니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 낙찰사업자는 어떻게 돈을 받나
“낙찰받으면 바로 돈을 버는 거냐”는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낙찰은 출발선일 뿐입니다. 정산 구조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SMP와 CfD입니다.
SMP(계통한계가격)는 전력 도매시장에서 시간대별로 정해지는 전기 거래단가입니다. 발전기가 전기를 팔면 일단 이 SMP로 1차 정산을 받죠. 문제는 SMP가 출렁인다는 겁니다. 비싼 청정수소를 태워 만든 전기를, 변동하는 SMP에만 맡기면 사업이 성립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등장하는 게 CfD(차액결제)입니다. 낙찰 때 정한 계약가격과 실제 SMP 사이의 차액을 메워줘서, 결과적으로 계약가격을 보장하는 방식이죠.
▲ 낙찰 → 발전기 건설(준비기간) → SMP 1차 정산 → CfD 차액결제 → 한전 구매 흐름.
계약량 안에서만 보장된다 — CfD의 함정
여기서 또 하나의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CfD가 발전량 전부를 보장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계약가격이 보장되는 건 어디까지나 연간 계약량 이내의 발전량뿐입니다. 계약량을 초과해서 더 발전하면, 그 초과분은 SMP만 받습니다. 차액정산금이 붙지 않죠. 그러니 계약량 안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판매하는 게 사업의 핵심입니다.
전체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낙찰을 받고, 준비기간 동안 발전기를 짓고, 상업운전을 시작하면 전력시장에 참여합니다. 중앙급전발전기 수준의 기술 요건을 갖춰야 하죠. 발전량은 SMP로 1차 정산받고, 계약가격과의 차액을 CfD로 추가 정산받죠. 그 전기를 의무구매자인 한전이 사들여 소비자에게 공급합니다. 이 정산·급전 구조가 낯설다면 전력시장 구조: CBP 입찰부터 SMP·CP 정산까지를 먼저 보면 훨씬 수월합니다.
평가는 가격 60, 비가격 40으로 나뉜다
낙찰자를 어떻게 고를까요.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은 발전단가 60%에 비가격지표 40%를 더한 종합 평가로 낙찰자를 정합니다. 비가격지표 안에 앞서 본 청정수소 인증 등급이 들어 있죠. 1등급이면 35점, 4등급이면 1점. 여기에 연료 안정성과 산업·경제 기여도까지 더해집니다. 단가만 싸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 얼마나 깨끗하고 안정적인 연료를 쓰느냐가 함께 평가되는 구조죠.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이 6500GWh 중 750GWh만 채운 이유
“청정수소 시장이 이미 잘 돌아간다”는 인식도 흔한 오해입니다. 숫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2024년 세계 최초로 열린 이 시장은 6,500GWh를 내놨는데, 낙찰된 건 750GWh, 전체의 11.5%에 그쳤죠. 낙찰사업자도 한국남부발전 단 한 곳이었죠.
왜 이렇게 비었을까요. 이유는 셋입니다. 첫째, 청정수소 수입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둘째, 국내에 청정수소를 들여오고 저장·공급할 터미널과 배관 같은 인프라가 아직 없습니다. 셋째, 환율 리스크입니다. 수입 연료라 환율이 흔들리면 수지가 무너지죠. 남부발전이 받은 낙찰가는 약 477원/kWh로 알려졌는데, 같은 시기 일반수소 계약단가(약 237원/kWh)의 두 배 수준이죠. 이만큼 비싸도 사업자 입장에선 여전히 빠듯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였습니다.
참고로 SK이노베이션 E&S는 650원대로 응찰했다가 탈락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포스코·GS·한화·두산 같은 주요 사업자들은 2024년엔 관망세를 택했죠. 비싼 연료, 없는 인프라, 흔들리는 환율 앞에서 다들 한 발 물러선 겁니다. 청정수소가 결국 운송·저장 단계에서 손실과 비용이 큰 연료라는 점은 수소 경제 운송 효율의 딜레마에서 더 깊이 다뤘습니다.
남부발전 사례 —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 첫 낙찰의 실체
유일한 낙찰 사례인 남부발전을 들여다보면 이 시장의 현실이 보입니다. 사업 내용은 삼척그린파워 1호기에 암모니아 혼소(석탄화력에 암모니아를 섞어 태우는 방식)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열량 기준 20% 이상을 암모니아로 대체하죠. 연료는 삼성물산이 블루암모니아를 해외에서 수입·운송·저장해 공급할 예정입니다.
주목할 건 일정입니다. 낙찰 물량은 연 750GWh, 계약기간 15년인데, 상업운전 목표는 2028년입니다. 준비기간 3년에 연료 인프라 구축까지 더해진 결과죠. 즉 2024년에 낙찰을 받았어도 실제 전기가 나오는 건 2028년부터라는 계획이죠. 다만 이건 목표일 뿐, 인프라가 늦어지면 미뤄질 수 있습니다. 암모니아 혼소 자체의 감축 효과와 기술 쟁점이 궁금하다면 암모니아 혼소 20%로 CO2를 얼마나 줄일까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의 다음 단계와 2028년 로드맵
2024년의 흥행 부진을 정부도 인지했습니다. 그래서 2025년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에는 몇 가지 개선책이 들어갔습니다. 첫째, 연료비에 환율 인덱스를 연동해 환율 리스크를 덜었습니다. 둘째, 연간 계약량의 10% 범위에서 차년도 물량을 미리 당겨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셋째, 배출권 비용을 별도 정산 항목으로 신설했습니다.
물량 자체는 줄었습니다. 2025년 청정수소 발전시장 개설 물량은 3,000GWh로, 전년의 절반 이하죠. 공고는 2025년 5월 9일에 났습니다(전력거래소 공고 제2025-02호). 낙찰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니, 개선책이 효과를 냈는지는 결과가 나와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날 일반수소 발전시장도 1,300GWh 규모로 공고됐고, 2025년부터는 일반수소에도 배출비 항목이 들어가 탄소 비용을 명시화했습니다.
장기 그림은 어떨까요. 산업통상자원부 계획상으로는 일반수소와 청정수소를 합쳐 2028년까지 누적 14,700GWh를 목표로 합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수소·암모니아를 2030년 누적 13TWh까지 끌어올린다고 잡았죠. 다만 이 숫자들은 모두 계획치입니다. 2024년처럼 낙찰이 미달되면 목표와 실제 사이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거든요.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 결국 무엇을 봐야 하나
여기까지 보면 이 시장의 큰 그림이 잡힙니다. RPS에서 떼어낸 수소 전용 장기계약 시장이고, 연료에 따라 일반수소와 청정수소로 갈리며, 낙찰사업자는 SMP와 CfD를 합쳐 계약가격을 보장받습니다. 단 계약량 안에서만요. 그리고 비싼 연료와 없는 인프라 때문에 청정수소 쪽은 아직 흥행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제 분야인 발전의 시각에서 한마디 보태면, 이 시장은 기술이 아니라 연료 공급망이 승부를 가릅니다. 발전기를 짓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깨끗하고 싼 청정수소를, 안정적으로, 환율 충격 없이 들여오는 게 진짜 난관이죠. 그래서 인증 등급과 연료 안정성이 평가의 40%를 차지하는 겁니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을 지켜볼 때는, 개설 물량 발표가 아니라 인프라와 낙찰 실적이 어떻게 채워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 RPS에서 분리된 수소 전용 장기계약 시장 — 운영은 전력거래소(KPX), 의무구매자는 한전
· 일반수소(개질·부생 허용, 20년, 한시 제도) vs 청정수소(인증 ≤4kgCO₂eq, 15년)
· 청정수소 인증은 배출량 기준 4등급 — 1등급 35점, 4등급 1점(35배 격차), 미인증 연료는 참여 불가
· 정산은 SMP 1차 + CfD 차액 = 계약가격 보장, 단 연간 계약량 이내에만 적용
· 2024년 개설 6,500GWh 중 낙찰 750GWh(11.5%, 남부발전 1곳), 낙찰가 약 477원/kWh
· 2025년 청정수소 3,000GWh·일반수소 1,300GWh 공고, 2028년 누적 14,700GWh는 계획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