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해상풍력 96MW가 던지는 질문 — 실효용량과 송전, 48조 원의 과제

이슈 요약

· 전남해상풍력 1단지(96MW) 2025년 12월 준공, 국내 최대 민간 해상풍력 상업운전 개시
· 신안 해상풍력 전체 규모 8.2GW(48조 원), 26개 단지, 2035년 완공 목표
· 실효용량은 설비용량의 20~30% 수준 — 8.2GW의 실질 기여분은 원전 1~2기
· 최대 병목은 송전망: 서해안 HVDC 7.9조 원 투자 계획, 1단계 완공 2030년

2025년 12월, 신안 해상풍력 1단지가 상업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 앞바다에 두산에너빌리티의 9.6MW급 터빈 10기가 들어선 것이죠. 설비용량 96MW,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해상풍력 단지입니다.

뉴스는 화려했습니다. “48조 원 프로젝트의 첫 단추”, “세계 최대 8.2GW 프로젝트의 서막.” 제 주변 동료들도 관심을 보이더군요. 하지만 발전 엔지니어인 제 눈에 먼저 들어온 건 다른 숫자였습니다.

96MW의 실효용량은 대체 얼마인가. 그리고 여기서 만든 전기를 어디로 보낼 것인가.

신안 해상풍력 1단지 96MW 터빈 10기 배치 조감도

▲ 전남해상풍력 1단지 터빈 배치도. 신안군 자은도·사옥도 사이 해상에 9.6MW급 터빈 10기가 설치됐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신안 해상풍력 1단지, 96MW의 진짜 의미

전남해상풍력 1단지는 SK E&S와 덴마크 CIP(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가 합작으로 추진한 사업입니다. 2017년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8년 만에 상업운전까지 왔습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최초로 비소구(Non-Recourse)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적용한 사례이기도 하죠.

터빈 사양과 발전 규모

두산에너빌리티의 9.6MW 터빈은 회전직경 205m, 전체 높이 230m에 달합니다. 아파트 80층 높이입니다. 연간 발전량은 약 3억 kWh, 9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하죠. 국산 터빈으로 이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의미가 큽니다.

그런데 96MW라는 설비용량을 그대로 믿어선 안 됩니다. 발전소에서 설비용량은 “최대한 잘 돌아갈 때”의 숫자거든요. 바람이 항상 부는 건 아닙니다. 제가 현장에서 다양한 발전 설비를 다루면서 늘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설비용량과 실효용량의 차이를 이해해야 진짜 그림이 보입니다.

신안 해상풍력 실효용량, 설비용량과 왜 다른가

이용률이란 무엇인가

발전 설비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가 이용률(Capacity Factor)입니다. 설비가 이론적 최대치 대비 실제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죠. 이 이용률을 설비용량에 곱한 것이 실효용량, 즉 전력계통에 실제로 기여하는 용량입니다.

해상풍력의 이용률은 바람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유럽 북해처럼 강한 바람이 일정하게 부는 곳은 40~50%까지 나옵니다. 반면 국내 해상 환경에서는 20~30%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죠. 풍력만큼 설비용량과 실효용량의 격차가 큰 발전원도 드뭅니다.

발전원별 설비용량과 실효용량 비교

발전원 설비용량 이용률 실효용량 비고
원전 (APR1400) 1,400MW ~90% 1,260MW 기저부하
석탄화력 (500MW급) 500MW ~75% 375MW 점진 폐지 중
복합화력 (LNG) 800MW ~55% 440MW 중간부하
신안 해상풍력 1단지 96MW ~25% 24MW 상업운전 중
신안 해상풍력 전체 8,200MW ~25% 2,050MW 2035년 목표

96MW에 이용률 25%를 적용하면 실효용량은 약 24MW입니다. 원전 1기(1,400MW)의 1.7%에 불과하죠. 8.2GW 전체가 완공되더라도 실효용량은 약 2,050MW. 원전 1~2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전력망을 계획하는 분들이 이 차이를 정확히 따져봐야 합니다.

현장 엔지니어 코멘트 — 설비용량은 보도자료용 숫자입니다. 전력망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봐야 할 건 실효용량이죠. 8.2GW라는 숫자에 혹하기 전에, 실제로 전력계통에 기여하는 용량이 원전 몇 기와 같은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신안 해상풍력 8.2GW, 48조 원 프로젝트의 현주소

26개 단지의 진행 상황

신안 해상풍력은 총 26개 단지, 설비용량 8.2GW, 투자비 48조 원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입니다. 2035년 완공이 목표인데, 현재 발전허가가 완료된 단지는 10개(2.7GW)이고 나머지 15개(5.4GW)는 아직 계측 단계에 있습니다. 원전 1.4GW급 약 6기에 해당하는 설비용량이지만, 앞서 살펴봤듯 실효용량 기준으로는 원전 1~2기 수준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죠.

신안우이 해상풍력 390MW의 부상

지금 가장 주목받는 건 신안우이 해상풍력(390MW)입니다.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로 선정되어 7,500억 원이 투입됐고, 총 사업비는 3조 4,000억 원에 달하죠. 덴마크 Vestas의 V236-15.0MW급 터빈 26기가 들어가며, 2026년 4월 착공 예정입니다.

한화오션이 1.8조 원 규모의 턴키 EPC를, 현대스틸산업이 약 6,000억 원 규모의 하부구조를 맡았습니다. 한국중부발전(KOMIPO)도 사업에 참여하고 있죠. 순수 국내자본으로 추진되는 최초의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인허가 지연이라는 현실

숫자만 보면 순조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8년 걸린 96MW 1단지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크레도오프쇼어의 신안 해상풍력(10조 원 규모)은 4차례나 발전사업허가가 보류된 상태입니다. 2026년 1월에는 해상풍력 업체 8곳이 전기위원회의 투자확약서(LOC) 요구가 사업 초기에 충족 불가능하다며 공동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발전사업을 가까이서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인허가만 해도 수년이 걸리는 게 현실입니다. 남은 7.9GW를 10년 안에 완성한다는 건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인 셈이죠. 주민수용성 확보도 큰 과제입니다. 신안군은 2018년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해 모범 사례를 만들었지만, 어업권 침해와 송전선로 경과지 반발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거든요.

신안 해상풍력 송전 문제와 HVDC 계획

바다에서 전기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게 그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겁니다. 8.2GW의 전기를 수도권까지 전송하려면 초고압 직류송전(HVDC) 인프라가 필수입니다. 이전에 송전 제약이 발전 설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적이 있는데, 신안 해상풍력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해상풍력 전력 수송 구조
1
해상풍력 터빈 발전
신안 앞바다 8.2GW 단지에서 교류(AC) 전력 생산
2
해상 변환소 (AC → DC)
교류를 직류로 변환, 해저케이블 송전 준비
3
HVDC 해저·육상 송전 (최대 430km)
서해안 HVDC 백본: 7.9조 원, 4개 노선 각 2GW
4
육상 변전소 (DC → AC) → 수도권 전력계통
서인천·서화성 등 수요지 인근 계통 연계
현재
HVDC 미완공 → 출력 제한 불가피
2030년 이후
1단계 완공 시 2GW 수송 가능

서해안 HVDC 백본 7.9조 원 계획

정부의 서해안 HVDC 백본 계획은 총 7.9조 원 규모입니다. VSC-HVDC 4개 노선을 건설해 각 2GW씩 총 8GW를 수송하겠다는 구상이죠. 신해남~태안~서인천(430km), 새만금~태안~영흥(190km) 노선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현황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문제는 1단계인 새만금~서화성 HVDC(220km)조차 2030년 완공 목표라는 겁니다. 해상풍력은 이미 전기를 만들고 있는데, 보낼 길이 없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대한전선이 2026년 525kV HVDC 해저케이블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고, 효성중공업이 2GW HVDC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장비 개발과 실제 건설 완공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 차가 있습니다.

육상 송전선로 갈등

더 까다로운 건 육상 구간입니다. 신안 5개 사업의 전력을 전북 김제를 경유해 계통에 연결해야 하는데,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합니다.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송전선로를 놓는 게 더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목포신항을 해상풍력 지원부두로 조성하는 사업도 2026년까지 완료 예정이지만, 현재 전국에 해상풍력 전용 지원항만은 이곳 한 곳뿐이라는 점도 걸립니다.

현장 엔지니어 코멘트 — 발전소만 지으면 끝이 아닙니다. 송전이 안 되면 출력 제한을 걸 수밖에 없고, 그러면 투자비 회수도 늦어집니다. 발전과 송전은 반드시 같은 속도로 가야 합니다. 한쪽만 달려가면 결국 양쪽 다 멈춥니다.

신안 해상풍력의 간헐성, 그래도 가야 할 길

해상풍력은 간헐성과 불확실성이 큰 발전원입니다. 바람이 안 불면 발전량이 0이 되고, 풍속에 따라 출력이 수시로 바뀝니다. 전력계통 운영자 입장에서는 늘 불안한 전원이죠.

하지만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동 에너지 위기로 자원안보위기 단계가 ‘경계’로 격상된 지금,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원전 신규 건설은 10년 이상 걸리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건 전 세계적 흐름이죠. 2025년 3월 공포된 해상풍력특별법이 정부 주도 계획 입지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제도 기반과 글로벌 시장

제도적 기반은 빠르게 갖춰지고 있습니다. 이격거리 규제가 완화됐고, 2026년 상반기에는 고정식 1,400MW와 부유식 400MW를 합쳐 총 1,800MW 규모의 경쟁입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고정식 상한가 171원/kWh, 부유식 175원/kWh로 전년 대비 하향 조정됐지만, 사업자들이 수익성을 맞출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죠. 국민성장펀드가 해상풍력에 직접 투자한 건 전에 없던 일이거든요.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연간 약 30GW씩 성장하고 있고, 2030년 누적 228GW에 도달할 전망입니다. 한국이 이 시장에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려면 지금이 아니면 늦습니다. 간헐성은 해상풍력의 태생적 한계이지만, 그 한계를 알면서도 가야 하는 길인 겁니다.

신안 해상풍력, 96MW는 시작일 뿐입니다

신안 해상풍력 96MW 상업운전은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입니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계획”에서 “실행”으로 넘어갔다는 신호이기도 하죠.

하지만 첫걸음이 도착점은 아닙니다. 8.2GW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건 실효용량이 얼마인지, 그 전기를 어디로 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전력계통이 간헐적인 풍력 출력을 감당할 수 있는지입니다.

현장 엔지니어 코멘트 — 발전 엔지니어로서 바라는 건 단순합니다. 설비용량이 아닌 실효용량으로 이야기하는 것. 발전소와 함께 송전망도 같은 속도로 건설하는 것. 이 두 가지가 48조 원짜리 신안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전제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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